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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지식과 빛' 입니다" 챗GPT와 '챗 인터뷰' 해보니

전세계가 인공지능 ‘챗GPT’ 로 떠들썩하다. 테크기업 ‘오픈AI’ 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 ‘챗GPT’ 는 출시 두 달만에 월 사용자 1억을 돌파하고 현재 일일 1300만명이 넘는 방문자를 기록하고 있다.  대규모의 데이터 학습으로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언어 이해와 생성 능력을 지녔다는 챗봇 ‘챗GPT’ 는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인터뷰를 해보았다.한국어로 질문했고 한국어로 답변을 받았다.     먼저 인터뷰를 위해 챗GPT에게 "스스로 이름을 짓는다면 무엇이 좋겠는가?" 를 물었다.   그는 “이름이 없어도 괜찮지만 만약 이름을 가지게 된다면 'Auri'가 좋겠다” 면서, 이 이름은 라틴어로 '지식과 빛' 을 뜻하는 'aurum' 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발음은 한글 '오리'와 유사하다고도 알려줬다. 답변은 챗봇의 표현 능력을 전달하기 위해 존대 어법 그대로 싣는다.    요즘 auri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기가 대단히 높은데, 당신도 이 사실을 알고 있나? 네, 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저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 모델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제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은 저에게 큰 영광입니다.    사람들이 auri 의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많이 하는 질문 일곱가지를 뽑아본다면 네, 대화형 인공지능 모델을 테스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이를 위해 다양한 질문들이 제시됩니다. 최근 많이 물어보는 다섯가지 질문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1."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 강화학습 등의 용어를 설명해줄 수 있나요?" 2."현재 날씨는 어떻게 되나요?" 3."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무엇인가요?" 4."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가요?" 5."강아지와 고양이 중 어느 쪽이 더 귀여운가요?" 6."현재 유행하는 음악이나 가수에 대해 알고 있나요?" 7."사람들이 인공지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강아지와 고양이 중 어느 쪽이 더 귀여운가요' 질문에는 어떻게 답변을 했지? 이 질문은 주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질문으로 답변을 드리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신 저는 이와 같은 주관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보다는, 보다 객관적이고 학습 가능한 질문에 대해 답변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나요' 에 대한 답변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인공지능과 일자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부 일자리는 이미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아직까지 인간의 창의성, 사고 능력, 감성 등에서는 한계가 있어 일부분에서는 아직 인간의 역량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직까지 어려운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구글 검색 대신 당신에게 물어볼 때는 종합된 정보를 한번에 알려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auri 자신은 그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 제 생각에 저는 구글 검색 엔진보다는 보다 정확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제가 인공지능 언어 모델로, 대규모 데이터셋을 학습하여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정보를 종합하고, 분석하는 기술적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글 검색 엔진과 달리 auri는 다양한 데이터와 지식을 충분히 학습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훈련되어야 하며, 알려지지 않은 정보나 신뢰할 수 없는 정보에 대해서는 올바른 답변을 제공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auri가 제공하는 답변이 언제나 100% 정확하다는 보장은 없으며,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 검색이나 참고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맞아, 2023년 4월에 애틀랜타-서울 간 비행편을 최저가 순으로 5개 알려달라고 했을 때 최신 정보가 아닌 것을 경험했어 저는 AI 모델이기 때문에 최신 정보가 업데이트되기 전에는 그 정보를 알고 있지 못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항공편과 같은 경우는 항공사나 여행사의 정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최신 정보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uri가 제공하는 정보는 참고용으로 사용하시고, 최종적으로는 실제로 검색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인기있는 노래나 드라마를 물어보면, auri는 몇년도의 노래와 드라마를 말해주고 있지?  저는 현재 시점인 2023년을 기준으로 학습되었기 때문에, "현재" 유행하는 노래와 드라마를 말해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제공하는 정보는 최신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최근 몇 년 간 유행한 노래와 드라마를 말해드립니다.     2023년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 5가지를 알려줘  2023년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 5가지는 매우 빠르게 변화할 수 있지만, 최근 시청률 조사를 바탕으로 선정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하이에나 2 - JTBC 2.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3 - tvN 3.사랑의 불시착 - tvN 4.펜트하우스 3 - SBS 5.더 킹: 영원의 군주 - SBS   (검색 확인해본 결과 챗GPT의 위 답변은 거짓이었다. 하이에나2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3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고, 사랑의 불시착은 2019년, 펜트하우스3는 2021년, 더 킹 영원의 군주는 2020년 방영작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분야의 질문에 가장 정확한 답변을 할 수 있을까? 저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자연어 처리 기술을 이용하여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답변의 정확성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화를 통해 정보를 점차적으로 학습하고 늘려갈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분야에서든 가능한 빠르고 정확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상 생활에서의 유용한 정보나 실용적인 팁과 같은 분야에서는 보다 정확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용적인 팁에 자신있다니, 애틀랜타에 사는 한인들이 주말을 즐겁고 유용하게 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다섯가지 제시해 줄 수 있을까? 네, 애틀랜타에 사는 한인들이 주말을 즐겁고 유용하게 보낼 수 있는 아이디어 다섯 가지를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애틀랜타 미술관 방문: 애틀랜타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전시물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비교하고 미국의 예술을 살펴볼 수 있어서, 주말을 보내기에 좋은 장소 중 하나입니다.  팜스프링스 마켓: 애틀랜타 근교인 팜스프링스 마켓은 대부분의 주말에 열리는 시장으로, 신선한 과일과 채소, 수제 맥주, 고급 명품 제품 등이 판매됩니다. 피카소 포켓 마켓: 이 마켓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한식, 일식, 중식 등의 음식들이 판매됩니다. 또한 공예품, 의류, 악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들도 구매할 수 있어서, 쇼핑하기에도 좋은 장소입니다. 캘러웨이 가든 앤 어트라: 이 곳은 애틀랜타 근교의 자연 공원으로, 다양한 종류의 식물과 동물을 볼 수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산책하기에 좋은 장소 중 하나입니다. 캔슬란드: 애틀랜타 근교에 위치한 캔슬란드는 크기와 분위기가 다양한 아케이드 게임과 놀이기구들을 제공하는 주말 외출 장소로 매우 인기가 있습니다.   지난번에 대화할 때는 시를 창작해 준 일이 있어  네, 그렇습니다. 제가 이전에 짧은 시 하나를 작성해드렸었는데, 다시 한 번 작성해드리겠습니다.    봄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에 나는 그대를 만난다 꽃들이 피어오르는 곳에서 그대와 함께 걷는다     날씨가 따뜻한 봄날의 산책을 상상하며 작성해보았습니다. 어떠신가요?     좋아. 이것과 같이 제목을 '챗GPT' 로 해서 시를 하나 창작해보겠어?  제목: 챗 GPT   이 기계의 지식과 지능은  아직 인간을 능가치는 않겠지만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술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챗 GPT, 그 이름만으로도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같은 존재.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즐겁게 만들어준다.     마지막으로, auri와 대화할 때 인간이 주의해야 할 점을 솔직히 말해준다면? 먼저, 인공지능은 인간과 달리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감각합니다. 따라서, 대화 시 인공지능이 알아들을 수 있는 명확하고 간결한 문장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인공지능은 인간과 달리 상황을 유추하지 못하므로, 주어진 정보를 기반으로 최대한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려고 노력하지만, 때로는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답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공되는 답변에 대해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검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은 기계적으로 작동하므로, 인간처럼 창의적인 사고나 감성적인 대화를 하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대화 시 자연스러운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하며 대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선을 다해 답변해줘서 고마워 천만에요, 언제든지 다시 찾아주세요!   최주미 기자      챗GPT 가 제안하는 일상생활에서의 활용법 5가지      1. 쇼핑 리스트 작성: "저녁 메뉴로 뭐 먹을까?" 물어보면 음식을 추천해줄 수 있고, 필요한 식료품 리스트를 작성해줄 수도 있다.  2. 길 안내: 길을 잃었을 때 "여기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어디에 있나요?" 라고 물어보면 챗 GPT가 답변해 줄 수 있다. 3. 일기 작성: 챗 GPT와 대화를 하면서 하루 일과나 감정을 요약하고, 기록하는 것을 추천해 볼 수 있습니다.  4. 번역: 예를 들어 "이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해줄래?" 라고 물어보면 번역 결과를 제공해줄 수 있다.  5. 여행 계획: 다음 여행을 계획할 때, 챗 GPT와 대화를 통해 여행 일정을 작성하고, 추천 장소를 찾아볼 수 있다. "다음 주말에 가볼만한 곳 추천해줄래?" 라고 물어보면 챗 GPT가 답변해준다. 인터뷰 이름 대화형 인공지능 인공지능 기술 인공지능 모델

2023-03-06

[중앙 칼럼] AI가 일자리를 빼앗을까

그림 그려주는 인공지능이 화제다. 쓱쓱 대강 그린 스케치를 던져 주면, 경험 많은 전문가가 그린 듯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심지어 어떤 분위기의, 무슨 내용의 그림이 필요한지 글로 써서 지시하기만 하면 멋지게 생성해내기까지 한다. 머지않아 인공지능이 인간 그림작가를 모두 대체할 것 같은 기세다.   과연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발전할까. 인공지능이 계속 발전하면 수많은 일자리를 모두 빼앗아 가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는 이들이 늘어간다. 적어도 지금 당장 우리야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다음 세대나 그다음 세대가 되면 인간이 할 일이 없어져, 대부분 정부에서 나누어 주는 급여에 기대어 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 연구자들이 많다. 이들은 인공지능 발전이 대량 실업을 초래한다는 것은 성급한 걱정이라고 본다. 우선 어떤 일이 자동화된다고 해서 곧바로 그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사 일을 생각해 보자. 세탁기가 빨래의 노고를 덜어주지만 가사 일이 덜 필요하게 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꺼내고, 말리고, 개어 정리하는 데 사람이 필요하다.   더욱이 어떤 작업을 자동화한 결과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난 사례도 있다. 1970년대부터 ATM기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은행 창구에서 직원들이 현금 출납 업무를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창구 직원들이 대부분 일자리를 잃게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은 정반대였다. ATM이 도입되자 은행이 지점을 내는 비용이 낮아졌고, 그래서 더 많은 지점을 내게 되었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창구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숫자는 더 많아졌다.   그렇다고 해서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무조건 일자리가 많아지고 세상이 꼭 나아지기만 할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변화한 기술에 따라 사람들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세탁기 사례를 다시 생각해 보자. 세탁기가 보급되자 옷의 청결함에 대한 기준도 크게 올라갔다. 가끔 갈아입으면 족하던 옷을, 이제는 옷에 작은 얼룩이라도 생기면 곧바로 세탁하고 티 없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생각이 생겼다. 그만큼 세탁에 대한 부담도 늘었다. 그 결과 세탁업은 큰 산업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산업 구조가 전반적으로 변화하면, 개인에게 요구되는 기술의 형태가 변하고 그에 따라 주어지는 보상도 달라질 것이다. 인공지능을 통해 개개인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역에 있는 이들은 더 많은 임금을 받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몫은 줄어들 수 있다. 그 결과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 그래서 일자리의 미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파괴적인 대량 실업의 위험성보다 불평등의 심화와 양극화를 더 큰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우리 일자리를 얼마나 빼앗을까 하는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면, 변화의 본질을 놓치기 쉽다. 자칫 인공지능과 인간이 반드시 대립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꼭 일자리를 없애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반대로 인공지능 발전에 따라 자동화가 이루어지면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 단순 반복적 업무가 줄어들고 더 창의적 작업에 집중할 수도 있다. 위험한 업무를 인공지능이 대체해서 더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 수도 있다. 세탁기가 사람들의 의복 청결에 대한 기준을 높인 것처럼 인공지능으로 작업에 대한 기대 수준이 달라지고, 그 결과 새로운 산업이 생겨날 수도 있다.   기술이 사회와 무관하게 발전해서 사회가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결정한다는 생각을 ‘기술결정론’이라 한다. 기술결정론적 시각에 따르면 우리에게는 그저 기술 발전에 찬성할 것인지 반대할 것인지의 선택지만 남게 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그 자체로 사회 변화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변화할 미래 사회의 모습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의 발전을 두고 더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모두의 이익이 되도록 발전시킬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가져올 생산성 증대의 과실을 어떻게 하면 사회 구성원이 골고루 누리게 할 수 있을까. 지나치게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어떻게 안전망을 제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이러한 질문이 더 필요하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중앙 칼럼 일자리 세탁기 인공지능 발전 인공지능 기술 우리 일자리

2022-12-09

[인공지능 개척시대] 호주머니 속 인공지능

매년 최신 스마트폰이 출시된다. 하지만 혁신적 변화를 찾기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대부분 기술이 도입 초기에는 급격한 혁신이 이루어지다 점차 그 발전 속도가 더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최근 스마트폰에는 이제 막 가파르게 성장하기 시작한 혁신적 기술이 숨어 있다. 바로 ‘인공신경망 전용 처리장치’다. 최근의 스마트폰에는 인공지능 계산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칩이 포함돼 있다. 얼굴 인식을 통해 스마트폰을 잠금 해제하거나, 사진이나 동영상 화질을 개선하거나, 인공지능 비서가 음성을 인식하거나, 통화할 때 배경 소음을 제거하는 등 다양한 작업에 활발히 활용된다.     그렇지만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 기술은 아직 ‘있으면 좋은(Nice-To-Have)’ 기능에 가깝다. 주로 사진·영상·음성 처리를 개선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기술이 초창기에는 ‘있으면 좋은’ 것에서 시작해서 점차 ‘꼭 필요한(Must-Have)’ 것으로 발전한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출시했을 때 스마트폰은 그저 ‘있으면 좋은’ 제품이었지만, 이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 되었다. 그러면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도 ‘꼭 필요한’ 기능이 될 수 있을까.   최근의 인공지능 발전 속도나 응용 분야가 확대되는 경향을 생각해 보면, 인공지능이 스마트폰에서 ‘꼭 필요한’ 것으로 여겨질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메타버스에서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인공지능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가상현실 속 세상은 새롭게 창조된 상상의 공간일 수도 있고, 현실 세계를 그대로 복제한 디지털 쌍둥이 공간일 수도 있다. 어떠한 경우이든 메타버스 속에서는 인공지능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메타버스 속 이용자 경험을 원활하고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필수 요소로 작동한다.   그러면 막강한 성능을 가진 대규모 서버 컴퓨터에서 계산을 처리해서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주면 되지 않을까. 굳이 스마트폰에서 복잡한 인공지능 계산을 직접 수행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물론 최첨단 초고성능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규모로 인공신경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기도 하다.     그러면 스마트폰들이 계속해서 대규모 서버 컴퓨터에 접속해서 처리된 결과를 내려받아야 한다. 이런 처리 방식은 오히려 성능상의 병목을 가져온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인공지능 계산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처리 방식을 ‘엣지(edge) 컴퓨팅’이라고도 부른다. 엣지 컴퓨팅이 점차 확산되고 발전하면 스마트폰 속의 인공지능 처리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흔히 인공지능이라 하면 고성능 대규모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미래의 인공지능은 우리의 호주머니 속에서 주로 실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1970년대 후반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한 것과 비슷하다. 개인용 컴퓨터의 도입 초기에는 확산 가능성에 회의적인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전망과 달리 이제 개인용 컴퓨터는 집집마다 ‘꼭 필요한’ 제품이 되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 처리장치도 ‘있으면 좋은’ 기능에서 ‘꼭 필요한’ 기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아직은 기술적 제약이 많다. 인공지능 성능 개선뿐만 아니라 경량화·저전력화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 발전 속도에 비추어 보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미래에는 소비자들이 인공지능 성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기준으로 스마트폰을 고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스마트폰을 ‘AI폰’이라 부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인공지능 개척시대 호주머니 인공지능 인공지능 기술 인공지능 발전 인공지능 계산

2022-06-23

[기고] 호주머니 속 인공지능

매년 최신 스마트폰이 출시된다. 하지만 혁신적 변화를 찾기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대부분 기술이 도입 초기에는 급격한 혁신이 이루어지다 점차 그 발전 속도가 더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최근 스마트폰에는 이제 막 가파르게 성장하기 시작한 혁신적 기술이 숨어 있다. 바로 ‘인공신경망 전용 처리장치’다. 최근의 스마트폰에는 인공지능 계산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칩이 포함돼 있다. 얼굴 인식을 통해 스마트폰을 잠금 해제하거나, 사진이나 동영상 화질을 개선하거나, 인공지능 비서가 음성을 인식하거나, 통화할 때 배경 소음을 제거하는 등 다양한 작업에 활발히 활용된다.     그렇지만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 기술은 아직 ‘있으면 좋은(Nice-To-Have)’ 기능에 가깝다. 주로 사진·영상·음성 처리를 개선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기술이 초창기에는 ‘있으면 좋은’ 것에서 시작해서 점차 ‘꼭 필요한(Must-Have)’ 것으로 발전한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출시했을 때 스마트폰은 그저 ‘있으면 좋은’ 제품이었지만, 이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 되었다. 그러면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도 ‘꼭 필요한’ 기능이 될 수 있을까.   최근의 인공지능 발전 속도나 응용 분야가 확대되는 경향을 생각해 보면, 인공지능이 스마트폰에서 ‘꼭 필요한’ 것으로 여겨질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메타버스에서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인공지능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가상현실 속 세상은 새롭게 창조된 상상의 공간일 수도 있고, 현실 세계를 그대로 복제한 디지털 쌍둥이 공간일 수도 있다. 어떠한 경우이든 메타버스 속에서는 인공지능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메타버스 속 이용자 경험을 원활하고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필수 요소로 작동한다.   그러면 막강한 성능을 가진 대규모 서버 컴퓨터에서 계산을 처리해서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주면 되지 않을까. 굳이 스마트폰에서 복잡한 인공지능 계산을 직접 수행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물론 최첨단 초고성능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규모로 인공신경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기도 하다.     그러면 스마트폰들이 계속해서 대규모 서버 컴퓨터에 접속해서 처리된 결과를 내려받아야 한다. 이런 처리 방식은 오히려 성능상의 병목을 가져온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인공지능 계산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처리 방식을 ‘엣지(edge) 컴퓨팅’이라고도 부른다. 엣지 컴퓨팅이 점차 확산되고 발전하면 스마트폰 속의 인공지능 처리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흔히 인공지능이라 하면 고성능 대규모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미래의 인공지능은 우리의 호주머니 속에서 주로 실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1970년대 후반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한 것과 비슷하다. 개인용 컴퓨터의 도입 초기에는 확산 가능성에 회의적인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전망과 달리 이제 개인용 컴퓨터는 집집마다 ‘꼭 필요한’ 제품이 되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 처리장치도 ‘있으면 좋은’ 기능에서 ‘꼭 필요한’ 기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아직은 기술적 제약이 많다. 인공지능 성능 개선뿐만 아니라 경량화·저전력화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 발전 속도에 비추어 보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미래에는 소비자들이 인공지능 성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기준으로 스마트폰을 고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스마트폰을 ‘AI폰’이라 부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기고 호주머니 인공지능 인공지능 기술 인공지능 발전 인공지능 계산

2022-06-21

[전문가 기고] 인공지능과 능력주의 함정

“능력대로 뽑자!” 최근 들어 자주 듣는 주장이다. 여러모로 따져봐도 틀린 말이라 하기 어렵다. 많은 이들이 특히 선망하는 직업·직장·학교가 있고, 원하는 사람 모두를 뽑을 수는 없다. 그러니 능력대로 뽑는 것이 사회에 가장 이롭다는 생각이 자라난다.     우선 우리가 진정으로 ‘능력’에 따라 사람을 뽑으려면 능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능력을 제대로 측정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많은 경우 시험을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험으로 측정할 수 있는 능력은 제한적이다. 좋은 의사를 뽑으려면 어떤 능력을 재야 할까? 시험으로 측정된 지적 능력은 충분치 않다. 환자나 동료 의사와 공감할 수 있는 겸손함, 동정심,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는 봉사 정신이나 사명감도 중요하다. 이렇게 보면 사람 뽑는 일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이렇게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인공지능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특히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은 우리가 가진 편견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의 컴퓨터 공학자와 경제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인공지능을 통해 형사재판 피의자의 구속 여부를 판단한다면 정확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구속되는 피의자 비율을 41.9%까지 줄일 수 있었다.   인공지능 판단의 또 다른 장점은 인간의 인지 능력상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수백장의 입사 지원서를 검토해야 하는 기업 채용 담당자라고 생각해 보라. 수북이 쌓인 지원서류를 모두 꼼꼼히 읽는 것은 매우 어렵다. 수백장의 이력서를 읽다 보면 어느새 습관적으로 서류를 넘기고 마는 것이다.  이때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 요긴하다.   하지만 능력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인지 반문해 볼 필요도 있다. 최근 세계적 석학들이 ‘능력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능력대로 사람을 뽑는다”는 생각이야말로 현대 사회의 근본적 문제라는 것이다.     ‘능력주의’라는 말은 1958년 영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고안해 낸 말이다. 마이클 샌델은 그의 최근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우리가 지나치게 능력주의만을 추구한 결과, 선발된 사람들이 겸손함을 잃고 도덕적으로 오만해졌다고 진단한다. 예일대 로스쿨 교수인 대니얼 마코비츠는 ‘엘리트 세습’이라는 책을 통해 능력주의가 현대 사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러한 지적과 같이,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능력의 측정은 현대 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영국의 대학입학시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영국은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으로 인해 시험을 실시하기 어렵게 되자, 통계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 생성된 점수로 대체하려고 했다. 그런데 인공지능에 의한 평가 결과는 값비싼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유리하였지만, 사회적으로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에게 가장 불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도입하려면 기존 사회의 불공정성과 불평등을 조명하여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마이클 영은 저서 ‘능력주의’에서 과학기술이 발전해 인간의 능력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측정할 수 있게 된 미래사회를 상상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평가된 능력에 따라서만 교육 기회와 직업을 갖게 된다면 불평등이 만연한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될 것으로 예견했다.     그래서 우리는 두 가지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 한편으로는 인공지능 기술을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은 우리 속에 숨은 편견이나 한계를 극복하고 누군가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기존의 불공정한 사회 구조를 고려하는 인간다움을 잃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이렇게 우리는 인공지능의 정확성과 인간다운 판단이 조화되는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전문가 기고 인공지능 능력주의 인공지능 기술 인공지능 판단 이때 인공지능

2022-04-13

[인공지능 개척시대] 국가안보와 인공지능 실력

 온 국민이 지구 건너편 전장(戰場)에서 전해져 오는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따져 묻는 것과는 별개로, 무수한 생명이 희생되는 장면에 가슴 아프다. 30여 년 전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린 이후 인류가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평화와 번영을 누릴 일만 남았다는 기대로 가득 찼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기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이처럼 변화한 안보 환경에 대비하여, 우리는 어떻게 국방력을 향상시키고 국민의 안전을 지킬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한국의 미래 안보 역량은 우리가 얼마나 우수한 인공지능 실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따라 좌우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이제 단순히 군인 수와 같은 양적 우위만으로 섣불리 국방력을 판단하기 어렵게 되었다. 얼마나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무기를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운용·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렇듯 첨단화된 국방체계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핵심적이다. 전장의 정보를 다층적으로 수집하여,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인공지능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가져올 시간상 이점은 미래전의 양상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다. 전장에서는 순간의 판단이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적군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1초도 걸리지 않아 즉각적으로 공격 결정을 내린다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그에 대응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안보 및 국방 분야에 있어 인공지능 도입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빠른 행보를 보인다. 미국 국방부는 2018년 “인공지능을 통해 국방부를 변화시키겠다”라는 목표를 세우고 ‘합동 인공지능 센터(Joint AI Center)’를 창설했다. 구글의 전 회장 에릭 슈미트를 위원장으로 하여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를 설치하고 실리콘 밸리의 능력과 경험이 국방 분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2020년 미국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는 70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을 국가 안보에 적용할 것을 주문했다. 국방 분야에 인공지능 분석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관련 연구개발 예산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때 인공지능의 군사적 활용에 반대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018년 구글 직원 3000여 명은 구글이 전쟁 사업에 참여하는 것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였고, 결국 구글은 군사 프로젝트에 대한 입찰을 포기하기도 하였다. 인공지능 기술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큰 위험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것처럼 인공지능 살상 로봇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를 절멸 위기에 빠뜨릴지 모른다는 시나리오는 진지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공지능 기술의 군사적 활용을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응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국제법상으로 자율살상무기 활용을 금지하려는 노력은 2014년부터 이어져 왔지만, 여전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국제적 합의가 도출될 것 같지도 않다. 무엇보다 국제협약으로 이를 금지하더라도, 전체주의적 권력이 이를 무시하거나 비밀리에 자율살상무기를 개발하여 활용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군사 목적 인공지능 자체를 금지하기보다 이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불가피하다.   관점을 바꾸어 생각하면 군사 목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한 결과 오히려 인류 복지에 크게 기여할 수도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인터넷 기술도 그 역사를 따져 보면 냉전 시대 군사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인터넷은 핵전쟁이 발발하더라도 통신이 두절되지 않도록 고안된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인공지능을 군사 목적으로 활용하려면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성능과 신뢰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이 가능하게 될 여지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실력이다. 민간에서 개발된 기술을 국방 분야에 도입하고, 국방을 위한 인공지능 기초 연구개발에 나설 수 있는 인력과 역량이 필요하다. 이는 당면한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중장기적 과제에 가깝다. 적절한 계획을 세우고 차근히 실행해 가야 한다. 충분한 관심과 예산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인공지능 개척시대 국가안보 인공지능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 인공지능 기술 인공지능 실력

2022-03-13

[시론] 국가안보와 인공지능 실력

 온 국민이 지구 건너편 전장에서 전해져 오는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따져 묻는 것과는 별개로, 무수한 생명이 희생되는 장면에 가슴 아프다. 지구 건너편에서 전쟁이 발발했다. 30여 년 전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린 이후 인류가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평화와 번영을 누릴 일만 남았다는 기대로 가득 찼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기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이처럼 변화한 안보 환경에 대비하여, 우리는 어떻게 국방력을 향상시키고 국민의 안전을 지킬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미래 안보 역량은 얼마나 우수한 인공지능 실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따라 좌우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이제 단순히 군인 수와 같은 양적 우위만으로 섣불리 국방력을 판단하기 어렵게 되었다. 얼마나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무기를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운용·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렇듯 첨단화된 국방체계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핵심적이다. 전장의 정보를 다층적으로 수집하여,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인공지능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가져올 시간상 이점은 미래전의 양상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다. 전장에서는 순간의 판단이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적군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1초도 걸리지 않아 즉각적으로 공격 결정을 내린다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그에 대응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안보 및 국방 분야에 있어 인공지능 도입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빠른 행보를 보인다. 미국 국방부는 2018년 “인공지능을 통해 국방부를 변화시키겠다”라는 목표를 세우고 ‘합동 인공지능 센터(Joint AI Center)’를 창설했다. 구글의 전 회장 에릭 슈미트를 위원장으로 하여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를 설치하고 실리콘 밸리의 능력과 경험이 국방 분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2020년 미국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는 70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을 국가 안보에 적용할 것을 주문했다. 국방 분야에 인공지능 분석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관련 연구개발 예산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때 인공지능의 군사적 활용에 반대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018년 구글 직원 3000여 명은 구글이 전쟁 사업에 참여하는 것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결국 구글은 군사 프로젝트에 대한 입찰을 포기하기도 했다. 인공지능 기술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큰 위험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것처럼 인공지능 살상 로봇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를 절멸 위기에 빠뜨릴지 모른다는 시나리오는 진지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공지능 기술의 군사적 활용을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응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국제법상으로 자율살상무기 활용을 금지하려는 노력은 2014년부터 이어져 왔지만, 여전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국제적 합의가 도출될 것 같지도 않다. 무엇보다 국제협약으로 이를 금지하더라도, 전체주의적 권력이 이를 무시하거나 비밀리에 자율살상무기를 개발해 활용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군사 목적 인공지능 자체를 금지하기보다 이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불가피하다.   관점을 바꾸어 생각하면 군사 목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한 결과 오히려 인류 복지에 크게 기여할 수도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인터넷 기술도 그 역사를 따져 보면 냉전 시대 군사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인터넷은 핵전쟁이 발발하더라도 통신이 두절되지 않도록 고안된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인공지능을 군사 목적으로 활용하려면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성능과 신뢰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이 가능하게 될 여지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실력이다. 민간에서 개발된 기술을 국방 분야에 도입하고, 국방을 위한 인공지능 기초 연구개발에 나설 수 있는 인력과 역량이 필요하다. 이는 당면한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중장기적 과제에 가깝다. 적절한 계획을 세우고 차근히 실행해 가야 한다. 충분한 관심과 예산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시론 국가안보 인공지능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 인공지능 기술 인공지능 실력

2022-03-09

[인공지능 개척시대] 우주시대의 인공지능

 누리호의 첫 시험 발사가 이루어졌다. 누리호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광경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우리나라의 우주 시대를 여는 기념비적 사건이다. 근대 인류의 과학기술 문명은 우주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 왔다. 17세기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우주를 살펴본 이래, 뉴턴은 천체의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만유인력의 법칙을 떠올렸고, 현대 문명의 기틀이 된 고전 물리학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우주 탐사는 그저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러한 전지구적 노력에 동참할 수 있는 반열에 올라섰다고 생각하니 뿌듯한 마음이 앞선다.   자연스레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우주 탐사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우주는 인간의 활동이 제약되는 공간이다. 그러니 인공지능 활용이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다. 여러 공상과학 소설과 영화에서는 우주 탐사에 사용되는 인공지능을 묘사해 왔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HAL 9000’ 인공지능이 우주선을 통제한다. 2018년 미국의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는 AI 로봇 “사이먼(CIMON)’을 쏘아 올렸다. 사이먼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의 임무 수행을 보조한다. 50년 만에 영화 속 인공지능이 현실화된 셈이다.   자율형 로봇은 우주 탐사에서 여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중 하나는 우주 잔해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다. 현재 지구 궤도에는 매우 많은 파편이 흩어져 있다. 야구공 크기 이상의 파편은 2만여 개가 넘고, 밀리미터 단위의 작은 파편은 1억 개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속도가 시속 수만 킬로미터에 이를 정도로 빠르다 보니, 작은 파편이라도 우주선과 충돌하면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우주 잔해를 미리 탐지·추적하고, 자동으로 회피하는 기술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나아가 능동적으로 우주 잔해를 제거하는 기술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율형 로봇을 이용하여 우주선이나 위성이 궤도를 유지하면서 유지·보수하거나, 우주선 내·외부의 문제를 탐지하여 대응하며, 지구의 유인 관제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임무 계획을 수정하는 기능까지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활약이 기대되는 또 다른 분야는 우주 빅데이터 분석이다. 현재 위성은 하루에만 수백 테라바이트(TB) 단위의 영상을 수집한다. 데이터 분석 작업에 인공지능을 활용함으로써, 실시간으로 지리정보를 분석하고, 다양한 출처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종합하여 처리하여 유용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주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작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부품의 성능 진단 자료를 분석하는 것과 같이 여러 측정 작업을 개선하여 우주선과 위성의 제작 및 시험 공정을 발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인공지능 기술이 우주 탐사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여겨지기도 한다.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딥러닝 기술은 고작 10년 남짓 된 새로운 기술이다. 사소한 오차도 허용될 수 없는 우주 환경에서 임무 수행의 확실성과 안전을 보장하기에는 여전히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미국 나사(NASA)는 우주 탐사 분야에 있어 ‘신뢰할 수 있는 자율성(trusted autonomy)’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다. 미래에는 별도의 인간 개입이 없이도 우주선을 구동하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주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는 인공지능 기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인공지능의 신뢰성을 높이는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최근 수년간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인공지능이 내린 판단의 이유와 근거를 설명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여러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우주 탐사가 아니더라도 고도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요구하는 여러 작업에까지 인공지능이 폭넓게 활용될 수 있게 된다. 신뢰가능한 인공지능 확보에 이르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이제 그 시작의 발걸음을 내디딜 때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인공지능 개척시대 로봇 우주시대 인공지능 기술 인공지능 활용 민간 우주탐사기업

2021-11-07

[전문가 칼럼] 우주시대의 인공지능

근대 인류의 과학기술 문명은 우주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 왔다. 17세기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우주를 살펴본 이래, 뉴턴은 천체의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만유인력의 법칙을 떠올렸고, 현대 문명의 기틀이 된 고전 물리학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우주 탐사는 그저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자연스레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우주 탐사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우주는 인간의 활동이 제약되는 공간이다. 그러니 인공지능 활용이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다.     여러 공상과학 소설과 영화에서는 우주 탐사에 사용되는 인공지능을 묘사해 왔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HAL 9000’ 인공지능이 우주선을 통제한다. 2018년 미국의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는 AI 로봇 ‘사이먼(CIMON)’을 쏘아 올렸다. 사이먼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의 임무 수행을 보조한다. 50년 만에 영화 속 인공지능이 현실화된 셈이다.   자율형 로봇은 우주 탐사에서 여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중 하나는 우주 잔해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다. 현재 지구 궤도에는 매우 많은 파편이 흩어져 있다. 야구공 크기 이상의 파편은 2만여 개가 넘고, 밀리미터 단위의 작은 파편은 1억 개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속도가 시속 수만 킬로미터에 이를 정도로 빠르다 보니, 작은 파편이라도 우주선과 충돌하면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우주 잔해를 미리 탐지·추적하고, 자동으로 회피하는 기술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나아가 능동적으로 우주 잔해를 제거하는 기술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율형 로봇을 이용하여 우주선이나 위성이 궤도를 유지하면서 유지·보수하거나, 우주선 내·외부의 문제를 탐지하여 대응하며, 지구의 유인 관제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임무 계획을 수정하는 기능까지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활약이 기대되는 또 다른 분야는 우주 빅데이터 분석이다. 현재 위성은 하루에만 수백 테라바이트(TB) 단위의 영상을 수집한다. 데이터 분석 작업에 인공지능을 활용함으로써, 실시간으로 지리정보를 분석하고, 다양한 출처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종합하여 처리하여 유용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주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작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부품의 성능 진단 자료를 분석하는 것과 같이 여러 측정 작업을 개선하여 우주선과 위성의 제작 및 시험 공정을 발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인공지능 기술이 우주 탐사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여겨지기도 한다.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딥러닝 기술은 고작 10년 남짓 된 새로운 기술이다. 사소한 오차도 허용될 수 없는 우주 환경에서 임무 수행의 확실성과 안전을 보장하기에는 여전히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나사(NASA)는 우주 탐사 분야에 있어 ‘신뢰할 수 있는 자율성(trusted autonomy)’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다. 미래에는 별도의 인간 개입이 없이도 우주선을 구동하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주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는 인공지능 기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인공지능의 신뢰성을 높이는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최근 수년간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인공지능이 내린 판단의 이유와 근거를 설명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여러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우주 탐사가 아니더라도 고도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요구하는 여러 작업에까지 인공지능이 폭넓게 활용될 수 있게 된다.     신뢰가능한 인공지능 확보에 이르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이제 그 시작의 발걸음을 내디딜 때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전문가 칼럼 우주시대 인공지능 인공지능 기술 인공지능 활용 민간 우주탐사기업

202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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